Tim이 물었다. ' Seula, is Hangul day tomorrow?'
'Hmm. No, it's today.'- 'yeah.. maybe today, I guess.' - ' I'm pretty sure!'
당연히 오늘이 한글날인데, 확신이 안 선데다가, 다시 한 번 생각해서 꽤 확신한다고 대답해준
내가 갑자기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것도 외국인에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한국인인 내가 두 번씩이나 생각해서 한글날이 오늘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 줬어야 하다니 ...
얼마 전 부터, 주위에서 정말 불필요한 영어를 너무 많이 섞어 쓰시는 분들 덕분에, 한글 사용에 대해 더 애착을 갖게 되었다. 이전에도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 기사 등에서 충분히 한글로 바꾸어도 어색하지 않은 단어들을 굳이 영어를 써서 표현 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내 주위에선 딱히 그런 사람들이 없어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의 특성상,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들어 올 때도 어느 정도 이상의 영어실력을 요구 하지만, 동료 중 몇몇은 (아주 솔직한 표현으로) 쓸데 없이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
'이 영수증은 나중에 refund신청 하실 때 제출하셔야 하니, 꼭 keep해 두세요.'
'이 영수증은 나중에 환불 신청을 하게 되시면, 필요하니 꼭 보관해 주세요.'
'내가 다른 institute에도 있어 봤는데 ....' - 아, 다른 사설학원에서 일하신 적이 있군요..
가끔씩 훨씬 나이도 어린 내가 듣기 어색할 정도로 남발하고 있는 그들의 영어표현은한글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외래어도 아닌 그저 있어보이고 싶은 '영어 단어'다.
흔히 뭐가 '있어'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모르면서 겉치레로만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말이 어색할 정도로 외국에 나갔다 온 것도 아닌 것 같다.
'있어보이는 영어 / 없어보이는 한글' 인가? 얼마 전에 본 잡지 기사에서는 차라리 영어로 쓸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정 단어를 한글로 발음표기하여 사용했다. 그렇다고 그 단어가 한글로 바꿀 수 없거나, 앞에서 말한 것 처럼, 우리 말 단어로 사용한다고 해서 어색한 그런 용어는 아니었다.
듣기 싫다. 말투, 억양, 목소리 다 떠나서 남발하는 영어 때문에 같이 이야기 하고 싶지가 않다.
그렇다고 너무 한글만을 사랑하고, 뭐든지 순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자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힘들다. '누리꾼'까지는 참 괜찮았다. 물론 사용하고 싶은 단어는 아니지만,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하고) 처음 '누리꾼'이라는 용어를 들었을 때는 참 신선했다. 그 외에 우리 말 사용을 권장하는 모임들의 활동이 활발하면서, 여러가지 다른 순 우리말 용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상용화되지는 않아 아직 듣기엔 어색한 말들이 많다. 간혹 뉴스나, 신문, 기사 등에서 접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은 것들도 상당수다. 한글을 사용하고, 순 우리말을 선호하고, 가능하면 외국어보다는 우리 말을 사용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꼭 굳이 한글로 바꾸어야만 하는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외래어 사용도 자제하는 북한을 보면,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아직은 어색해서, 게다가 어쩌면 나도 외국어 /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을 테니 내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겠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긴 하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바로 보이는 게 앞 건물 금호아시아나의 간판이다. 회사 마크와 함께 KUMHO ASIANA라고 씌여있다. 문득, 그저 '금호 아시아나'라고 했으면, 더 괜찮았을 텐데 싶다. 모든 간판을 우리 고유말로 바꾸는 것은 동의하지 않지만, 적어도 인사동의 스타벅스나 레드망고 처럼 한글로 표기했으면 싶다.
http://www.cnbnews.com/category/read.html?bcode=22690
기사를 읽었다. 참 좋은 모임이지만, 기사의 다수 내용엔 수긍하지 않는다.
순 한글 이름을 지은 사람도 썩 좋아보지이는 않는다. 내 이름도 순 한글 이름이다. 슬기롭고 아름답게 자라라는 뜻의 슬아. 순 우리말을 써야만 한글 이름이 아니라, 굳이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한글로만 이루어진 이름도 한글이름인데, 요즘은 온누리 / 빛모아 / 뜰에 이렇 듯 한자로도 변환할 수 없도록 순 우리말로만 이루어져야 하나 보다.
과자이름을 한글로 지어달라는 어린이들의 청원은 꽤 귀엽다. 기사를 쓴 기자 분의 말대로 이런 어린이들이 많을 수록 우리 나라의 앞 날이 더 밝아질 것이라는 의견엔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 아트라스'를 '달콤한 암팡진'으로 바꾸자니.. 물론 아이들의 발상은 대견하지만, 이런 억지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의 언어를 빌리면) "accept되지 않을 거고, 별로 nice해 보이지 않아."
앞으로 생산될 과자들이 한글로 이름이 붙으면 너무 좋겠지만, 굳이 지금 나오고 있는 제품들까지 한글 이름으로 바꾸거나, 한글 이름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화이트 엔젤을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제안 했다던데, 그 보다는 직역한 '하얀 천사'가 나은 것 같다.)
아무튼 우리말 사랑도 참 좋지만, 너무 강요하는 분위기는 없었으면 좋겠다.
내 주위 그 두 분들도 한글을 좀 더 많이 사용해 줬으면 하고, 있어보이기 위한 영어는 그만 사용했으면 한다.
앗, 이제 곧 퇴근 시간.
이래저래 우리 말에 대한 생각이 많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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